노엘 아이버 교수의 일기
[일기 상태가 엉망이다. 얼룩, 잉크 자국, 알아볼 수 없는 끼적인 흔적으로 가득하며 항목에 날짜가 붙어있지 않다.]
그 때 내가 내뱉었던 말을 매일 후회한다. 어떻게 그렇게 바보 같았을까?! 왜 그녀의 조수가 되기를 거부했던 걸까...? 추했던 야망이여, 너를 경멸한다... 아, 이자벨, 용서해 줘.
가만히 있기만 하는 건 이제 충분하다. 보끌레흐로 떠날 것이다. 만약 이자벨, 네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거야. 그리고 만약... 만약 네가 세상을 떠난 후라면... 그만, 자괴감에 젖어 있는 것도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일을 시작해야겠다!
내 학생 중 가장 재능 있고 열심인 학생들을 뽑았다. 조수로는 가장 명석한 녀석인, 필립 보러트를 뽑았다. 대학 사무국을 우리의 탐사 계획을 승인했다. 이제 장비를 챙겨서 길을 떠나면 된다!
믿을 수가 없다. 필립은 밀폐된 마차 안에서 달걀 샐러드 먹는 것은 매너 없는 일이라며 뻔뻔하게도 나를 지적했다... 거만한 놈! 그를 내 모든 다른 조수들보다 높은 자리에 임명한 것, 우리의 여덟 주 여행에 이보다 나쁜 시작은 없을 것이다!
[끈적거리는 물질 때문에 몇 장이 들러붙어 있다. 마요네즈인가?]
도착했다. 이 유적지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다. 그곳에서 뭘 찾을지가 두렵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 같다.
그 버릇없는 건방진 놈 필립 보러트 때문에 마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그는 나를 게으르고 우유부단하다고 비난했다! 우리 탐사대의 다른 대원들도 있는 앞에서 어떻게 그런 모욕을 줄 수 있는지?! 그는 내 사랑하는 이자벨이 누구였는지, 그녀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나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진실을 마주할 수 없다.
나는 떠난다. 혼자서. 바로 지금. 그들이 내 모습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그걸 발견할 때... 강에 인접한 사원 유적지부터 조사해볼 것이다.
조수 필립 보러트의 기록
#버크의 달 1일
겨우 첫날인데 이 탐사에 참여한 것이 벌써 후회된다. 여행 자체만 8주가 걸린다! 게다가 이자벨 뒤샹의 실종된 탐사대는 아무도 살아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이다! 아이버 교수님은 가는 길에 먹을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를 잔뜩 챙기셨다...
[찐득이는 물질 때문에 여려 장이 들러붙어있다. 마요네즈인 듯하다.]
#블라데의 달 14일
도착했다! 아이버 교수님은 테르메스 유적지 근처에 야영지를 차리라고 하셨다. 뒤샹 교수님이 이끌었던 실종된 원정대가 발굴 작업을 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우리는 포도주 두 병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블라데의 달 16일
테르메스 궁 유적지는... 그곳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등이 오싹하다. 그래도 그 유적지에서부터 조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은 수풀 주변만 어슬렁거리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술병과 함께 웅크려 보낸다. 숲 속 깊이 들어가서 그 탐사대의 흔적을 찾아보자는 의견은 무시당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주제 넘는 짓이며 우리 탐사대의 지휘권을 넘보는 짓이라며 비난당했다.
#블라데의 달 18일
교수님이 사라지셨다. 어제 아침에 야영지를 떠났던 교수님이 저녁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곧 그분을 찾아 나서려고 한다. 혹시 그 주정뱅이가 드디어 유적지에 들어갈 용기를 낸 걸까?